꿈꾸는 섬
2009. 12.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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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고 있거나,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나를 꿈꾸고 있다.
예전에 책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그 책에서 말하는 예는 아주 생생하고 신랄한 것이었지요. “나도 한때는 소설가를 지망하던 청년이었지…….” 하고 이야기하는 샐러리맨은 실은 소설가를 지망했던 것이 아니라 '소설가를 지망하던 청년이었지.'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정된 샐러리맨을 지망했던 거라고.
그 통렬한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면, 가슴은 뜨겁지 않고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팔다리는 무기력하다면, 그건 환경이 나의 꿈을 막아서가 아니라 내가 '환경을 탓하며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인간'을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갑자기 목구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덮고 실컷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가슴에 손을 대어 봅니다. 한 해 또 달려오느라 마음이 식지는 않았는지, 좋지 못한 것들이 들어와 꿈을 밀어내고 마음을 장악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진찰해 봅니다.
아, 있습니다. 많습니다. 여전한 세상에 대한 불만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싶은 마음, 핑계들, 게으름들, 불평들, 미움들……. 어느새 마음속을 한가득 채운 잡동사니들이 만져집니다. 이런 것들이 나를 나답지 못하게 살도록 만듭니다. 꿈꾸지 못하게 합니다.
고요히 마음을 비우는 일이 필요할 것 같은 12월입니다.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달래어 내려놓아야겠습니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때로는 짐짓 꾸짖으며, 그러나 그럴 만큼 쉽지 않았던 한 해였던 것 내가 다 안다고 달래며 그렇게 조용히 삶에 얹혀진 짐들을 내려놓아야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말갛게 씻은 후에는 좋은 꿈, 아름다운 꿈으로 마음을 채우겠습니다. 그러면 눈도 다시 반짝반짝 빛나겠지요. 가슴은 그것들을 연료로 삼아 힘차게 고동칠 것입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꿈을 꾸며 한 해를 살까, 아름다운 꿈을 마음에 담을 그 기대만으로도 벌써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