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모판내기와 어머니의 쑥떡
참으로 순식간에 지나간 주말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시골에서의 하루...
모판을 내어야 된다는 어머님의 호출에
아들 형제는 주말 시골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모판내기란 볍씨를 물에 담궈뒀다가 씨앗이 움트기 시작할 무렵
흙뿌린 모판에다 움터온 씨앗을 뿌리고 그 모판을 바르게 평탄작업하여
물대어놓은 논에다 내어놓는 작업이다.
맨발로 질퍽한 논에 들어가서
세시간 가량의 작업이 이어진다...
내 고향의 흙내음!!
세상 그 어떤 향기로움보다 더 향긋하고
그 무엇으로도 견줄 수 없는
내 어머니의 젖가슴의 땀내음과도 같은
가슴벅찬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흙탕물이 튀겨 손과 다리, 옷 그리고 얼굴마저 붉게 얼룩졌다해도
보람을 느끼는 그 기분만은 최고였다.
모판내기 작업을 마치고
이번에는 쑥떡을 하기위해 서둘러 차비를 한다.
따뜻한 물에 살짝 데친 쑥(삶은 후 물기를 꼬옥 짜두어야 한다)
, 콩, 물에 불린 쌀...
쑥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 쑥순만을 뜯어모우시는
작업을 수일동안 하셔야 하지만...
어머니 불편하신 다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오직 자식들이 함께 이 쑥떡을 먹으면서 맛있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시며 마냥 그 흐뭇한 마음으로
준비해오셨음을 난 어머니의 바쁜 손놀림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뭐하러 이렇게 고생해서 준비하노.. 어무이 다리도
온전치 않은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막쪄낸 따끈따끈한 쑥 절편이 떡기계를 통해서 나오자
한자락 끊어서는 볶아서 가루내어 둔 콩가루에 뒤적뒤적 묻히셔선
아들 입에 넣어주시는 어머니..
먼저 드시라 권유해 보지만
한사코 아들먼저 먹으라 입에 넣어주신다.
어쩔 수 없이 입벌려 마치 제비가 둥지로 먹이를 물고 날아와
새끼의 입속으로 먹이를 넣어주는 것처럼..
그 순간 어린아기로 되돌아간다.
염치없이 낼름 받아먹으니..
이맛이 바로 고향의 맛, 어머니의 사랑의 쑥떡이요, 천하제일의 맛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인다.
"역시 최고야 최고!! 어무이도 드셔봐요!"
어둑해지는 황혼의 일몰이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시간..
집을 향해 오는 길에
온통 들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내 정든 고향의 못다한 노래를 들려주고..
비록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이세상 그 누구보다 부유한 부자가
되어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