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가는 길
장마철이라 모든 사물이 눅눅하게 느껴진다.
어제도 비가 내린터라 오늘 아침 모든 사물들이
비에 젖어있다.
그저께는 지림(혜지,혜림)만 데리고
시내에 갔었다.
얼마전 혜림이의 과제 중에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답은 가장 소박한 답이었다.
'아빠랑 함께 시내에 가는 것...'
녀석! 얼마나 아빠랑 함께 있고 싶었으면...
그래서 혜지와 혜림이 시험끝나면
시내에 가도록 하자고
약속했었다.
시내를 향해 걸어가는 길..
무척이나 더웠지만
그래도 걸어가자는 녀석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시내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그리 할 일이 많지는 않다.
코스는 거의 동일한 편이다.
한일극장 앞 공연장에서 30분, 지하상가 교보문구센타 30분,
만남의 광장 분수앞 30분..
그리고 돈까스 음식점 심해(심혜지돈까스라고 놀리면
놀리지마라고 윽박지른다^^)에서의 식사..
그리고 대구시민회관 앞 계단에서의
가위바위보 놀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공원분수 옆 벤취에서의 휴식...
매번 이런 코스로 시내에 다녀온다.
5년전 내가 직장문제로 참 힘들어 하던 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후..
무작정 아이들을 데리고 걸었다.
걷다가 쉬다가 노래(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이라는 노래였다)
하다가 어린둘째녀석은 거의 내 등에
업혀다녔다.
걷다보니 어느새 시내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난 그때의 시내가는 길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 부녀들에게는 시내까지 걸어가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걸어서 약 50분쯤 되는 거리라 사람들은 차타고 가지
왜 그러느냐고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차타고 가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걸으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또 운동도 되고
시내가면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어
아이들의 대중성에도 도움이 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아이들도 나도 시내가는 길을
즐기는 것뿐이다.
돌아오는길..
많은 거리를 걷게되어 다리가 좀 아프다고 하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고 웃으며 얘기하는 녀석들이 너무
대견스럽고 고맙다.
시원한 바람이 걸어가는 우리 세부녀들의 이마를
시원케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