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서의 여름휴가..
그리 긴 휴가는 아니었지만
그 행복했던 여운은 끝이 없기를..
한달 여 전 부터 우리 가족들은
시골에서의 휴가를 계획했었다.
2박3일간 먹을 식단을 짜고
준비물을 각각 나눠서 준비하고
아이들은 덩달아 신이나서
떠나기 며칠 전 부터 아예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시골로 출발!!
모두가 들뜬 기분으로 휴가를 떠나는 길..
뭐 딱히 볼 것도, 갈 곳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내 고향이지만..
그래도 난 고향이 좋다.
고향은 마음의 풍요 그 자체인 것.
그저 가족들을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난다.^^
도착하여 동네어귀의 회나무를 바라다보니
연한 연두빛의 꽃을 피우고 활짝웃으며 우릴 맞아주었고
그 가지새로 까치 한마리가
한달 전 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마냥
드디어 동네어귀를 돌아오고 있는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를 반겨주는 까치.
"우리도 반가워!" ^^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며..
시골은 시골인가보다. 고추를 막 따려하다보니
고추밭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불현듯 툭~ 튀어나와서
산 쪽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울 딸래미들
기겁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고추밭이 고녀석의 은신처였나보다~^^
비닐하우스 찢어진 틈새로 비집고 나와
열매를 맺은 고추들^^
장에 푸욱~ 찍어 먹었으면... 군침이 돈다. ㅎㅎ
담벼락 밑에서 농익어가고 있는 호박들..
그 옆에 자리잡고 빠알갛게 홍조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토마토.
그 빠알간 빛깔이 너무 고와서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
시원~한 가지냉국 생각나네~^^
호박꽃이 못생겼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토록 곱고 아름다운 꽃을...!!!
울 어머니 자식들 쌀떨어졌을까 노심초사..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줄 쌀을 정미하자고 하신다.
벼(나락)가 쌀로 정미되는 것 처럼..
본인의 껍질을 모두 벗겨가시는 것과 같은
고통과 눈물을 감내해 가며..
자식들에게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다 내어주시는
어머님 그 고결한 사랑..
그 희생의 사랑은
알알이 떨어져 쌓여가고.....
신선들이 꿈을 꾸는 곳이라하여
'선몽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
비가 내려서 인지 물이 조금 불어나 있었다.
그래도 물놀이하기엔 적당한 수심.
울 딸래미들 신났다^^*
울 막내..
배탈에 고열에 고생한 탓일까?
얼굴이 주먹만하게 작아졌다.
아휴~~ 아려오는 이내 가슴...
물놀이를 하던 중 집중호우가
천둥과 번개, 비바람을 동반하여 내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라 미처 몸을 피할데도 없었다.
결국
우린 모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버렸다.
그런 모습에 처음엔 어이없어 하다가
이젠 아예 서로 배를 쥐어잡고 우스워 난리다.ㅋㅋㅋ
좀 아쉽긴 했지만 스릴넘치는 물놀이에
아이들은 더 잼 있어하고
우리 가족 모두에겐 잊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난 탓에
훗날 두고두고 얘기할꺼리가 생기게 되었다.^^
울 딸래미들 처가집 뒷편에서 한컷!
두엄을 뒤로 두어서인지 냄새도 날만한데..
사진찍을 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녀석들! ^^
읍내 가는 길..
길 섶으로 청초한 얼굴을 쏘옥 내민 도라지꽃.
담배꽃이다.
담배의 유혹이 한번 빠지게 되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것처럼..
그 꽃의 자태도 강렬한 유혹을 느낄정도의
미모(?)를 지녔다.
왼쪽부터 둘째, 막내, 첫째
'딸딸딸'이 아빠에게 뭐
승리의 V표시라도 해주는거냐?! ㅎㅎㅎ
들녘의 벼논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백로들..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우리나라꽃, 무궁화
시골오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낚시
고요한 저수지에 낚싯대 드리우고..
이번엔 씨알도 굵고 제법 올라와서 그런지
시간흘러가는 건 아예 뒷전이다.
점심시간도 넘기고 낚시하는 자형들과 동생..
결국 조카들과 울 딸래미들 비빔밥 한 양동이
만들어서 저수지로 출동!!
낚시터 한자리에 모였다.
"삼촌!" "아빠!" "동생아!"
저마다 큰소리를 지르니..
"쉿! 고기 다 도망간데이!!!"
저수지 가에 않아있는 청개구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움쩍도 않는다.
녀석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ㅎㅎㅎ
지글지글! 후끈후끈!
양념막창 굽는 소리에
지나가는 참새녀석들도 다 떨어질 지경이다.
늘 시골 오면 이거 안먹고는
돌아갈 수 없는 코스..
울 조카하는 말 "어디서건 이런 냄새 맡으면
외갓집 냄새난다"고 한다. ^^
2박3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젠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아쉬움도 남지만..
3주 후면 어머님의 생신일이기에
그 날 다시 뭉쳐서 일(?)을 내리라! 약속하고선
서로에게 안녕을 고한다.
자식들 모두 떠나보내는
아버님 어머님의 서운한 맘 모를 리 없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
귀가 조금 어두우신 아버지께 큰소리로
"또 오께요! 어무이 생신 얼마 안남았어요!!...."
"오냐! 비오는데 차 조심하고 대구가면
전화하거래이!..........."
차창 너머로
연신 손을 흔드는 부모님께
얘들아 "안녕히계세요" 인사해야지!
몇분동안 몇번을 인사하고
또 인사한다.
돌아오는 길..
조금씩 내리던 가랑비는
어느새
굵은 빗줄기가 되어
나의 가슴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