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co-Life/좋은 글 나눠요^^

가을들녘의 코스모스

꿈꾸는 섬 2006. 9. 8. 16:33

가을들녘의 고즈넉히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군무..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시며..

잠시 쉬었다 가세요^^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코스모스에 관한 전설이 있다. 어느 고을 언덕 위에 꽃같이 어여쁘고 마음씨 또한 꽃보다 더 고운 소녀가 병약한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다. 소녀가 살고 있는 언덕 너머에는 요시미라는 젊은 나무꾼의 움막이 있었다. 두 사람은 때때로 언덕에 나란히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서로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소녀의 집이 있는 언덕 밑 번화한 곳에 가스톤이라 부르는 건장한 사냥꾼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매우 교만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어떤 여자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소녀에게 결혼을 강요했다.
그렇지만 소녀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몹시 슬퍼하던 이 연약한 소녀는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 일순간에 가련한 분홍색의 꽃으로 변해버렸다.

소녀를 몹시 사랑했던 나무꾼 요시미도 소녀를 따라 흰 꽃으로 변해버렸다. 두 사람이 변해 피어난 이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고 한다.
그래서 코스모스(Kosmos)의 꽃말은‘소녀의 진심’‘소녀의 순결’‘질서와 조화’등으로 불린다.

 

꽃은 철 따라 그 아름다움과 깊이가 다르다. 겨울지나 봄에 피는 꽃은 더욱 간절하게 보인다. 진달래와 목련화는 봄에 알 맞는 꽃이다 그러나 가을에는 가을에 알 맞는 꽃이 있다. 바로 국화와 코스모스이다. 봄에 피는 꽃은 봄을 더 설레게 하고 가을에 피는 꽃은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가을에 제일먼저 찾아오는 꽃 손님은 역시 코스모스이다.

 

어린시절 학교 가는 내 고향 길은 버드나무가 줄을 선 비포장 신작로였다. 그 때 우리 집은 면에서 더 들어가는 작은 산골이었는데 읍내까지는 자전거로 통학했다. 가끔 버스가 지나가면 뿌연 먼지를 날리는 먼지 길이었다. 그러나 그런 길도 코스모스가 있어서 아름다웠다. 행복했다. 한들한들 가느다란 몸으로 흔들리는 꽃망울이 외로움도 배고픔도 달래주었다.

 

코스모스의 특징이 있다.

첫째는 아무 땅에서나 잘 자란다. 코스모스는 우주 의 꽃이다. 이것은 어느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뜻이다. 거름을 줄 필요도 없다. 특히 비옥한 땅보다는 거친 땅에서 자라면 줄기가 튼튼하고 꽃도 더 잘 핀다.

 

둘째 코스모스는 생명력이 강하다. 한번 심으면 매년 자체 내의 종자로 피어난다. 코스모스는 잘 죽지 않는다. 가뭄에도 강하다. 병충해에 강하다. 언제 씨를 뿌려도 생육 온도가 맞으면 3개월 만에 개화한다.

셋째 한 송이보다 한군데 많이 모여서 핀다. 코스모스는 혼자 펴서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는다. 함께 피면서 서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한다. 서로 다른 빛깔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군락을 이룬다. 이것이 코스모스의 매력이다. 우리는 코스모스를 통해 함께하는 삶을 배워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워야 한다.

 

넷째, 코스모스는 가을의 전령이다. 가을의 빛깔을 가장 잘 뿜어내는 것이 코스모스이다. 코스모스는 빛깔은 다양하다. 흰색, 연분홍색, 황색, 담홍색, 자주색 등이다. 이렇게 화려하고 청명한 빛깔은 가을 하늘을 더욱 높고 푸르게 만든다.

 

다섯째 가늘고 긴 꽃대에 여러 장의 꽃잎이 원형으로 질서정연하게 피어난다.
이 꽃을 맨 처음 만들어낸 신은 가냘프고 하늘거리는 것을 늘 마음에 거슬려 했다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울긋불긋 화려하게 일렁이는 꽃봉오리들의 군무는 어느 듯 우리나라의 가을을 대표하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지나 간 여름은 몹시도 무더웠다. 그러나 우리들을 더욱 무덥게 하고 짜증나게 한 것은 복잡한 정치 이야기를 비롯하여 FTA이야기, 바다 이야기, 그리고 작통권(작전통제권) 이야기 등이었다. 그러나 이런 세상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한들한들 피어 있는 코스모스 길을 걸어 보자.

코스모스는 서로서로가 엉키고 의지하고 있어서 ‘자연(自然)’을 가장 많이 닮은 모습을 간직한다. 우리는 코스모스라는 꽃에서 질서와 조화를 배운다. 인간은 혼자는 살수 없다. 인간이란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한다. 미운정 고운정으로 사는 것이 인간이다.

 

코스모스를 보노라면 하늘은 흐리지도 않고 땅은 어둡지도 않고 세상은 또한 차지도 않다. 다만 가슴속 깊이 폐부까지 스며드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외로이 서있을 때보다 여러 그루가 함께 줄지어 피어날 때가 더 인상적인 이 꽃은 이제 가을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어렸을 적 고향 추억을 연상시킬 수 있는 코스모스의 은은한 향기가 시끄러운 정치판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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