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얼굴속에서
도종환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당신을 찾아냅니다. 수없이 많은 목소리 중에서 당신 목소리를 찾아냅니다 오늘도 이 거리에 물밀듯 사람들이 밀려오고 밀려가고 구름처럼 다가오고 흩어지는 세월속으로 우리도 함께 밀려왔다 흩어져 갑니다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먼곳에 서 있는 당신의 미소를 찾아냅니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먼 길 속에서 당신은 먼 발치에 있고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나 역시 작게 있지만 거리를 가득메운 거센 목소리와 우렁찬 손짓 속으로 우리도 솟아올랐다 꺼지고 사그러졌다가 일어서면서 결국은 오늘도 악수 한번 없이 따로따로 흩어지지만 수없이 많은 얼굴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수없이 많은 눈빛속에서 당신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 . 하늘 가득 무수한 점으로 나뭇가지마다 무아지경의 하얀 꽃을 피우고 어둡고 응달진 곳 가벼운 몸짓으로 순백의 세상을 이루었던 소망의 눈은 남루한 그림자를 두고 멈추었습니다. 모든 상념이 작은 눈꽃이 되어 고요한 숲을 이루었던 짧은 시간.. 긴 기다림도 설레임이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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