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co-Life/나의 사랑하는 생활

주산지의 초가을 아침 정취

꿈꾸는 섬 2006. 10. 3. 21:24

 

8

 

    

 

       10월1일 새벽 6시.. 다시 잠에서 깨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다보니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어 개운치 못하다.

     그러나 이른아침의 주산지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차 있는 곳으로 가는 길.. 반가운 까치 한마리가 가로등 위에 앉아서 이른아침부터

     시끄럽게도 울어댄다. 오늘은 어떤 좋은 인연을 만나려나..

     차있는 곳에 도착하여 보험회사에 전화를 건다. 잠시 후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안내문자들.. 15분쯤 지났을까? 보험회사 직원이 금새 차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다시 살아난 내 애마.. 반가운 시동소리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정중히 감사를 표한다.

     "주산지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주왕산 들어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이정표 따라만 가면 10분 정도면 갈 수 있을거요.."

    

     7시15분을 지나고 있다. 서둘러서 주산지를 향해 떠난다.. 꼬불꼬불한 능선을 따라

     달리는.. 갓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나를 향해 손짓해 주는 상쾌한 아침이다.

     10여분을 달렸을까.. 드디어 주산지 주차장에 다다른다.

     거기서 도보로 약 10여분을 또 다시 걸어서 주산지를 향해 걸어가는 길..

     다람쥐 한마리가 마치 나를 마중이라도 나오듯..

     길 위로 톡 튀어 나와선 부끄러운 아낙네 마냥 쏜살같이 뛰어간다.

     그 순간을 캡쳐하려 사진기를 꺼내들었지만 이궁@@

     어느샌가 벌써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버린 뒤였다. 초상권 있나보다^^!

    

     드디어 내 눈앞으로 펼쳐지는 주산지..

     너무나도 황홀한 그 자태에 걸음을 멈춘다.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은 7.8m정도 로 그다지 큰 저수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 한다.
     특히 저수지 속에 자생하는 약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수는

     울창한 수림과 함께 평온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마치 영화속의 어린 동자승이 된 것 마냥 나로 하여금 순수로 돌아가게 한다.

     연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다가..

     사진 작가 한분을 만났다. 사진기술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것저것 좋은 지도를 해 주신다.

     지도를 받고 난 후 사진을 찍어보니 역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왕 배운거 내 독사진도 한컷 부탁해본다.

     영화 '길'의 주제곡인 'Ls Strada'-Richard Stoltzman 의 음악에 흠뻑 취해 머물러 있는다.

     아름답고 평온한 분위기의 주산지의 아침 그리고 나...

     둘만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내 인생의 길을 물어본다. 왕버들은 알고있는듯...

     ...그렇게 한참을 머물렀다. 관광객들은 하나 둘씩 늘어간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는 떠나야겠다.

     초가을 아침의 주산지의 풍경속에 내 마음 한켠을 던져두고선 자리를

     옮기려 한다. 산들한 버들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달기 약수터와 청송문화원으로 가기전 달기폭포쪽으로 차를 돌렸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차가 폭포 앞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잘 됐다. 어제의 그 피로가 아직은 남아있는데.. 도저히 걸어서는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달기폭포(월외폭포)에 도착하여 그 풍광에 감탄해하며..

     밑으로 내려가니 40대 중~후반쯤 되어보이는 한팀이 둘러앉아

     술한잔 나누고 있었다.

     폭포의 경관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으려니.. 한분께서 "여기 오셔서 소주한잔

     하시죠!" 한다. "아~ 네.. 괜찮습니다. 이것 마저 찍고선 가야지요"

     이번엔 그 옆에 계신분도 한마디 거든다.

     "이런 곳에 오면 잘 몰라도 함께 소주한잔 나눌 수 있어 좋은것 아닙니까!

     그러지말고 여기 앉으셔서 소주 딱 한잔만 하고 가세요!"

     그분들의 권하는 술을 만류치 못해 "그럼 딱 한잔만 얻어마실게요"

     자연산 송이를 안주하라고 건네주신다. "아! 송이 이건 아무나 안주는건데...^^"

     정말 향내가 좋은 송이 안주와 술한잔. 어제는 술로인한 실수를 두번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순간 또다시 술잔을 건넨다.

     "아! 요거 한잔 더 한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한잔 더 하슈~"

     이거 갈 수록 큰일이다. 그렇게 두잔.. 석잔을 마시고 진짜 마지막이라며

     넉잔째를 받아 마셨다. 그리곤 더이상을 마시진 않았지만..

     그분들 틈새에 끼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눈다.

    

     청송 읍내에서 고추농사 지으신다는 한분(옆에 계신 분 귀뜸하길 제조공장하고 있단다)

     그리고 예전에 책장사며 택시며 안해본거 없다는 제일 열성적인 한분.. 지금은

     청송 휴양림에 근무하고 계신다 한다. 그리고 반가운 대구 성서에서 오셨다는

     두 부부는 이번에 헤어질 생각으로 이곳에 마지막으로 오셨다고 주위분들

     말씀하시면서 한바탕 크게 웃어제낀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 말씀들이 정겨웁게 들려

     나도 한마디 거든다. 여기와서 동지를 만났네요.. 저도 이별 여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그분들과의 정겨운 대화들이 오가고..

     소주 얻어마신 값으로 사진 한컷 찍어 드린다. 메일로 보내드린다는 약속을 하며...

     대구에 사시는 분 나중에 술한잔 하자고 전화하면 꼭 나오라고 엄포를 놓으신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선물로 바나나 하나 집어들고 이제 진짜 이별인사를 드린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 하지만 이런 자연경관 앞에선 누구나 다 인정이

     흘러넘치기 마련인가보다. 처음만난 낯선 사람을 이토록 환대해 주다니..

     돌아가는 길 마음속으로 그 분들의 복을 빌어드린다.

     폭포 올라오기전 매표소에서 천육백원의 입장료를 지불했지만..

     다시 내려가는 지금 난 천육백원이 아닌 천육백만원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따스해진다.

 

     달기약수터에 도착했다.

     준비한 물통에 약숫물을 다 채우고.. 나도 한모금 마셔본다.

     뭐랄까.. 톡 쏘는 맛? .. 뭐 그리 썩 기분좋은 맛은 아니다.

     어쨋든 몸에 좋다니.. 물통 가득 채워 차에 싣는다.

     소주 4잔의 취기는 약수물 탓일까? 온데간데 없어진 것 같았다.

     중탕과 하탕(원탕)을 지나는 길 아주머니에게 청송문화원을 묻는다.

     상세히 일러주시는 아주머니 한가지 더 물었다. 청송 심씨의 근원에 대해서

     알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청송읍내 대덕식당을 찾아가랜다.

     거기가면 문화원장님 계시는데 그분께 물으면 상세히 가르쳐 준다 하신다.

     목소리 예쁜 아주머니라 그렇다고 말씀드리니 얼굴 붉히시며.. 아유~ 고마워요^^*

     절대 접대성 멘트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내 여행의 마지막코스를 나는 청송문화원장님을 만나는 것으로 택했다.

     그리고 물어물어 대덕식당을 찾아갔다.

     때 마침 거기에 계신 심명택 할아버님..

     항렬이 나보다 5대 위이신 할아버님 이셨다.

     우리 청송심씨는 누구든 노소를 막론하고 같은 항렬이면 나이를 따져 형 아우이고

     한 대 위이면 아재라 부르고 두 대 위 그이상이면 삼대 사대 오대라 할 지라도

     무조건 할배라 부른다 한다.

     할아버님으로부터 심씨의 시조와 뿌리, 유래 등에 대해서 상세히 듣는다.

     지금은 안효공파와 악은공파가 약 60%와 30%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고

     나머지파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하신다. 그 자세한 내용들은 여기에 담지는

     않는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들은게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할아버님께는 10월 즈음에 시조들의 묘소도 들러볼 겸

     꼭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고선.. 그곳을 떠나온다.

 

     이번 여행은 참으로 내게 있어선 의미깊은 여행이 되었다.

     많은 추억들.. 그리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 좋은 인연으로 기억된

     좋은 분들을 난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설레임으로 가득 찼었던 홀로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가메봉 정상에서의 했던 그 결의와 다짐은 이제 내 변화된 모습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금 돌아가는 길.. 혼자이지만 이제 혼자가 아닌 아이러니의 미학을 새삼 깨닫는다.

 

     내 여행의 마지막 여정속에서 붉은 빛 노을을 바라본다.

     가려진 태양이 분명 있기에 붉게 타오를 수 있는 노을이 있노라고.....

 

이른아침 가로등위에 앉아있는 까치한마리..

오늘은 어떤 인연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드디어 주산지를 들어서면서부터 황홀경에 빠져든다..

주산지는 1720년 8월 조선조 경종원년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 준공하였으며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7.8m의 아담한

이 호수는 준공이후 아무리 오랜 가뭄이 있어도 물이말라

하상이 드러난 적이 한번도 없다.

또한 호수 속에는 약 150년이나 묵은 왕버들 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그 풍치가 매우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왕버들은 충청도 및 강원도 이남의

냇가에서 자라는 낙엽교목으로서 대개 높이 20m 지름 1m이며

껍질은 회갈색이고 깊히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버드나무과의 다른 종들의 잎이 피침형인것과는 달리

잎이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잎의 표면에 윤기가 있으며

뒷면은 백색이다.

물결치는 물속으로 보이는 왕버들 그림자가 춤을 추는 모습이 일품이다.

 


 

 

 

 


 

이른 아침 주산지 호숫가를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 한마리..

하늘의 모습을 함께 담아 마치 운무를 헤엄치는 듯하다.

 

 

 


 


 


 

 

주산지의 왕버들은 수령이 백년이상인 고목들로

저수지의 수위가 높을때는 1m이상 물속에 잠겨서 살아가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울 딸래미 이 왕버들의 모습이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손을 닮았다고 웃는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주산지의 신비롭고 평온한 모습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

앉아있는 내게로 왕버들 가지가 손을 내민다.

 

 

 

 

초가을 아침.. 주산지의 신비롭고 평온한 모습을 배경으로^^ 

오랜 시간을 머물러 있었지만 돌아가야 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의 고향같은 평온한 곳이다..

 

 

 

호숫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들국화를 살며시 내려다본다.

주왕산 가메봉정상에서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이다.

가메봉의 들국화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면.. 주산지의 들국화는 군무를 이루고 있어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 그런 모습처럼 보인다.

 

 

 

이젠..정말 아쉬움을 뒤로한채...

내려오는 길..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노오란 들꽃이

날 배웅해준다.

 

 

 

달기폭포를 향해서 가는 도중.. 잘 정돈된 화단의 꽃들이 앙증맞게 피어있다.

 

 

 

 

매표소를 지나 달기폭포를 향해서 가는 길이다.

뒤로보이는 깍아지는 듯한 바위가 절경을 자랑한다.

 

 

 

 

드디어 달기폭포에 다다랐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가 나의 마음속의 모든 찌끼들을

씻어내어 주는 듯 하다.

달기폭포는 청송읍 월외리에 위치하고 있어

월외폭포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주방계곡에 있는 제1폭포가 오묘한 천연미의 여성적이라 한다면

이 달기폭포는 늠름한 기상의 남성적인 폭포로 높이가 11m에 이른다.

이 폭포 밑에서 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용소라고도 하는데

얼마나 그 깊이가 깊은지 명주꾸리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며 가을하늘과 같은 푸른 물결이

주위의 숲과 반석과 어우러져 그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과 걱정들을 잊게된다.

 

 

 

 

폭포의 파문으로 물결이 일어..

 폭포가의 크고 작은 예쁜 돌들이 울렁이는 모습이다..

수십년을 그 자리를 지키며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이 이러해야하진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없이 물결과 파도 그리고 바람과 비와 같은 역정의 삶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

비록 조금씩 조금씩 오랜 세월속에서 자신이 깍여져가지만

모났던 모습들이 둥글둥글하고 결국 아름답게 바뀌어간다.

 

 

 

 

달기폭포 아래서 만난 좋은 인연들..

세상모든 시름들 잊고서 파안대소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함께 한잔 거들며 잠시 머물다 간다.

 

 

 

 

청송읍으로 가는 길.. 허브농장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간다.

 

 

 

 

허브 농장안에 갖춰진 방갈로..

아~ 이런 곳이 다 있었네!

직접 나무로 군불을 때서 방을 따뜻하게 한다.

담에 오게되면 꼭 여기서 묵어가리라...

 

 

 

 

상탕 중탕 신탕을 거쳐서 하탕인 원탕 약수터에 들렀다.

 

 

 

 

청송문화원 원장님으로 계신 심명택 할아버님

사택에서 오랜 시간을 청송 심씨의 유래와 근원에 대해서

상세히 듣는다. 파벌싸움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대동보(통합족보)도 파가 갈리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현실이

못내 아쉬워 씁쓸해 하신다.

기성세대를 닮지 말고 후손들이 반드시 통합하여 청송심씨는

한 형제이라는 것을 온 천하에 알리길 바라고 계셨다.

 

 

 

 

그렇게... 내 여행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며..

돌아오는 길.. 산위로 보이는 노을이 붉게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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