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co-Life/좋은 글 나눠요^^

산악인 엄홍길의 로체샤르 리더쉽

꿈꾸는 섬 2007. 6. 15. 10:13

산 사나이들은 산을 '정복'하지 않는다. 산은 '경외의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정상에 올랐을 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작은 거인'이 돌아왔다. 로체샤르(해발 8400m)에 올라

'14+2(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얄룽캉.로체샤르)'의 위업을 달성한

'2007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중앙일보. KT 후원, 신한은행.㈜트렉스타 협찬)'의

엄홍길 대장(47.트렉스타)이 14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3월 17일 출국한 지 석 달 만의 금의환향이다.

키 1m68㎝, 몸무게 56㎏의 이 사내에게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3개월을 함께 지내면서 옆에서 지켜본 그는 신뢰와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한국 정치현장과 비교해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자연에 순응하라-싸워서 이기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연에 감사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음식이라도 늘 자연과 신에 감사하며 첫 숟가락의 음식을 나눴다. 맥주 한 잔을 마실 때도 몇 방울을 먼저 땅에 덜어냈다. 예전에 숨진 동료의 기일에는 잊지 않고 베이스캠프에 마련한 제단에 향을 피웠다. 산은 그의 정성을 외면하지 않고 몇 가지 기적으로 화답했다. 등반 초기 500m의 절벽에서 추락한 셰르파가 골절상만 입고 살아났고, 본격적인 몬순(폭우와 폭설을 동반하는 아라비아 계절풍)이 시작된 기간에 무려 8일간이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됐다. 일은 사람이 꾸미되 이루어짐은 하늘에 달렸다(모사재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행동하는 책임-감동은 충성으로 연결된다

그는 조직원들에 대한 무한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설맹(雪盲.눈에 반사된 햇빛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는 것)에 걸린 변성호 대원을 초속 45m의 강풍과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데리고 내려왔다(6월 2일자 3면). 자살행위에 가까운 무모함이었지만 끝까지 변 대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변 대원은 엄 대장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냈다. 그는 2005년 '희망 원정대'를 이끌고 히말라야에 올라 2년 전 등반 도중 숨진 동료의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러줬다. 20년 전 숨진 셰르파의 아내를 원정 때마다 찾아 일거리를 주고 챙겨주는 엄 대장(4월 16일자 27면)을 현지 셰르파들은 존경과 충성으로 받든다.

▶누구보다 정통하라-신뢰의 바탕이다

원정대원들은 장비.수송.식량.행정.기록의 역할을 분담했다. 엄 대장은 어떤 대원보다 변화에 정통했다. 매일 변화를 점검하며 고민하던 그는 캠프 3와 캠프 4에 비축됐어야 할 식량.부탄가스가 부족하다고 판단, 1차 등정 시도를 중단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셰르파를 동원해 부족한 물자를 수송했다. 일부 대원은 "시간이 없으니 (식량과 가스가) 약간 부족하더라도 등반을 계속하자"고 걱정을 섞어 건의했다. 그러자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엄 대장의 질책과 호통이 떨어졌다.

▶'히든카드'를 만들라-불가능이 가능해진다

히말라야에서 오후 3시 이후 정상 공격은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엄 대장은 오후 6시50분 정상에 올랐다. 일부 대원 사이에선 "엄 대장이 무모한 것 아니냐. 너무 고집이 세다"는 반발과 함께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그는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D데이로 잡은 5월 31일은 보름이었다. 히말라야의 보름달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밝다. 5월 중순께 정상에 오른다는 예정을 넘겼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보름달이라는 '히든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승부처에서는 올인하라

5월 중순 이후에는 폭설이 내려 등반 자체가 불가능한 히말라야에서 하늘의 도움으로 5월 31일 정상 도전의 기회를 얻은 엄 대장은 이 하루에 '올인'을 했다. 변성호.모상현 대원과 셰르파도 엄 대장을 믿고 함께 목숨을 걸었다. 다시 오지 않는 '마지막 기회'였기에. 일몰시간인 오후 6시50분 정상에 오른 것은 히말라야 등반사에 신화로 남을 기록이다. 히말라야에서는 산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산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던진 사람에게 정상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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