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는 명천(鳴川)으로 보령에서 태어나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고 15세에 가장이 되어 서울로 상경,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하고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살려 문단에서 특이한 스타일로 자신의 경험과 농촌을 배경으로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이문구씨는 어릴적 남로당 충청지역 간부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 가난하면서도 아름다운 어린 시절과
자기 가족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일락서산에서 할아버지와 좌익사상으로 화를 당한 아버지,
그리고 타향살이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린 나에 이르는 3대를 고향풍경에 담아 미학적으로 그려낸다.
해가 기운다는 것은
바람 속에 벌거벗고 햋빛에 녹아드는 것일테고
숨 쉬고 살면서 끊없이 이어질 것 같은 숨결의 조수(朝水)로부터
자유로와 지고 숨결이 옮겨가 지금 지는 해를 보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이가 해를 보게 될것이다.
고향을 떠나온지 13년 만에
할아버지 성묘를 목적으로 고향을 찾아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400년이나 된 왕소나무 자리가 흔적없이 사라진 현장에서 오장이 끓어 오르고
실향민이 된듯한 느낌으로 고향이라고 남겨둔 것은 무덤밖에 없는 터라 고향 풍경이 처연하고 외롭다.
할아버지는 고색창연한 이조인(李朝人)으로
여든 아홉을 사시면서 기울기만 하고 퇴색해 벌힌 가문을 변명하며
쓸쓸히 웃곤 하셨고 돌아 가시는 날에도 부디 족보만은 잘 간수하라는 한마디로
단순히 뼈를 자랑하는 고리타분한 취미가 아니라 집 문서 논 문서보다 소중한 가산으로 여기신 분이다.
아버지 해방을 전후해서
종래의 가풍이나 실속없는 사상을 뒤집는데 서슴잖았고
사농공상이 망국적인 풍조임을 지적하여 무산계급의 옹호와 실천을 위해 앞장섰기에
할아버지와 사이에 금이 갔고, 뚜꺼운 장벽으로 되었고 남로당에 합세함으로써 뻔한 결과가 되었다.
옹점이는 마음가 너그럽고 착한 계집아이로
어머니가 안저지 겸 허드레 신부름 용으로 데려와서 길렸다. (안저지 : 아이 돌보는 여자 하인)
어미가 어느 옹기점 독틈에 들어가 낳았다고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고
마음이 곱고 눈썰미가 뛰어나 인정과 동정이 많아 어머니는 노상 쓸만한 아이라고 추어 주었다.
나하고 노는 아이는 서울로 이사하기 전까지 없었다.
할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하대(下待)를 하는 것이 제격인 듯 했으나
어른들이 할아버지를 어려워 했고, 두려워 했기에 부모들의 영향으로 아이들도
나는 친구 삼아 놀려고 하지 않았고 열심히 쫓아 다녔지만 여간해서 속을 터놓려고 하지 않았다.
18년 동안 살다간 고향에 내려와
친구하나 없는 나그네 같은 서툰 몸짓으로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반추하며
이젠 남에 집이 된 고향집 밤나무, 매실, 치자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등을 바라보며
천식으로 반년을 몸져 누우셨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서성거리며 집과 동네를 묘사한다.
할아버지, 옹점이와의 작은 사건들과 동네의 정경을 그림 그리듯 아름답게 구수한 언어로 풀어 간다.
6.25 사변으로 우리집은 쑥밭이 되고
일락서산(日落西山) - 하루의 피곤함이 짙게 물든 해는
서산마루로 드러눕는 중이고, 굴뚝마다 쏟아져 나온 연기들은 땅거미와 어울려
처마밑을 맴도고, 할아버지의 넋는 남의 땅이 된 칠성바위 언저리에 묵고 있는 것 같으며
마지막으로 옛집을 되돌아보니 인간의 영고성쇠처럼 저 넘어 서산마루에 해는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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